북한, 2025 평양 류경 호텔에 카지노 도입 추진
본문
북한이 37년째 미완성인 평양 내 류경 호텔에 카지노 도입 추진
카지노를 계기로 해외 자본의 투자를 받아 외화벌이에 나서려는 목적
극심한 경제난에 시달리는 북한, 카지노 산업에 꾸준히 욕심 내
과거 중국의 반대로 무산된 신의주 카지노의 전철이 되진 않을까 우려
북한 내 카지노 사업성에는 여전히 의문
북한이 평양 내 류경 호텔에 카지노를 도입할 계획입니다. 1987년 착공 이후 자금난으로 인해 37년째 공사를 마무리짓지 못 하고 있는 류경 호텔에 카지노를 도입하여 해외 자본을 유치하고, 카지노 운영을 통해 외화를 벌어들이겠다는 계산입니다. UN의 대북 경제 제재 이후로 극심한 경제난을 겪고 있는 북한은 이미 나선경제특구의 선봉카지노를 통해 카지노의 달콤한 ‘맛’을 경험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외화 유출을 우려하는 중국 정부가 자국민들이 많이 방문하는 북한 내 카지노를 달갑지 않은 시선으로 보고 있고, 해외 투자 자본 역시 사업성 문제로 북한 내 투자를 망설이고 있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해외 자본 유치 위해 류경 호텔 내 카지노 도입 추진
평양의 105층 건물 류경 호텔은 김일성 생일 80돌인 1992년 완공을 목표로 1987년 착공했지만 북한의 경제난이 심각해지면서 1990년대 이후로 장기간 공사가 중단되었습니다. 외부 공사는 2008년 이집트의 통신 회사 ‘오라스콤 텔레콤(Orascom Telecom, أوراسكوم للاتصالات)’에게서 투자를 유치해 마무리했지만, 내부 공사는 37년째 지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2019년까지만 해도 서둘러 류경 호텔 내부 공사를 마무리하라는 김정은 위원장의 지시로 인해 내부 공사에 필요한 설비와 자금을 당과 군, 행정기관 소속 무역회사 등이 각 층별로 나눠 맡아 군인과 과학기술돌격대원들을 동원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당 소속 무역회사가 먼저 호텔 100층에 회전식당(Revolving Restaurant) 설비를 들여놓았고, 군 소속 무역회사가 호텔 100층까지 올라갈 수 있는 승강기를 설치했습니다. 당시 설치한 회전식당 설비와 승강기는 모두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수입한 물건으로, 중국의 협조 속에 비교적 손쉽게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국이 호텔 공사에 적극적인 업체의 성과를 홍보하면서 다른 업체에 압박을 넣다 보니, 힘이 없는 무역회사와 행정기관들은 공사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지 못 해 당의 질책을 받을까 전전긍긍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결국 자금난을 겪다 내부 공사를 끝까지 마무리하지 못 했고, 미완공 상태로 남아 평양 내 애물단지로 전락했습니다.
류경 호텔은 평양 지하철 ‘건설역’ 앞에 위치해 있고 주변에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탑’이 있어 평양에 관광을 온 지방 거주민들도 수시로 지나다니는 요지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더욱 흉물스러운 경멸의 대상이 되고 말았습니다. 당국에서는 평양의 마천루가 될 것이라 자랑했던 류경 호텔이 조롱과 비난의 대상으로 전락하자 미완성 상태인 호텔 외벽을 LED조명으로 장식하기도 했지만, 평양 시민들은 쓸데없는 전기 낭비라며 당국을 비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심지어 2021년에는 영국 매체 ‘데일리 메일(Daily Mail)’은 세계 최악의 애물단지 건물 8개 중 하나로 류경 호텔을 꼽기까지 했습니다. 류경 호텔을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활용 가치가 부족해 처치 곤란한 물건을 일컫는 하얀 코끼리(White Elephant)에 비유하며,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에 있는 피라미드 모양의 호텔에는 객실이 3,000개나 있지만 이는 북한을 방문하는 전체 해외 관광객의 수와 동일한 수준이라고 비꼬았습니다. 이어 호텔 완공을 위해 필요한 돈은 20억 달러(2조 7,570억 원)이나 된다며, 이는 북한의 국내총생산(GDP)의 5% 수준이라고 설명했습니다.
2008년 외부 공사 자금을 조달한 이집트 오라스콤 역시 난처한 입장입니다. 2020년 11월 한국을 방문한 오라스콤의 나세프 사위리스(Nassef Sawiris, ناصف أنسي ساويرس) 회장은 한국의 홍진욱 이집트 대사와의 면담 자리에서 류경 호텔과 관련한 곤란함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오라스콤이 류경 호텔에 2억 1,500만 달러(2,963억 원)를 투자하여 조속한 완공을 바라고 있지만 건설 자재 조달 문제로 북한 당국과 갈등을 겪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호텔 투자를 대가로 북한 이동통신 사업에 투자하여 올린 6억 달러(8,271억 원)의 수익금도 북한 당국이 대북 경제 제재를 문제 삼아 해외 송금을 거부하고 있어 수익금을 가져오지도 못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최근 북한이 이러한 우여곡절을 가진 류경 호텔에 카지노 도입을 추진하려고 합니다. 관관 산업 활성화에 주력하는 북한 당국이 외화를 유치하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됩니다. 아직 류경 호텔 내부 공사가 완료되지 않은 상황인 탓에 외국 자본을 유치해야 하는데, 외국 자본을 끌어들이려면 카지노 만한 미끼가 없습니다.
평양의 한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북한 당 중앙위원회 제8기 10차 전원회의에서 북한 내 관광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실질적 대책을 강구하라는 김정은의 지시가 내려왔다고 합니다. 이에 따라 중앙당은 류경 호텔 내부 공사를 완료하기 위한 해외 자본을 유치하는 방안으로 카지노를 꺼내들었다는 것입니다. 평양 류경 호텔에 설치할 카지노장의 위치 선정 권한과 운영권은 류경 호텔 내부 공사 비용을 조달하는 해외 사업자에게 부여할 예정입니다. 류경 호텔 카지노는 평양 양각도 호텔에 위치한 카지노의 수익성을 검토한 뒤 중앙당의 승인을 거친 내용이기 때문에, 해외 투자 유치에 즉각 나설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이 카지노 사업에 욕심을 내는 이유
그렇다면 북한이 카지노 사업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북한이 카지노 산업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카지노 산업이 전형적인 저(低)비용 고(高)효율 산업이기 때문입니다. 세계 카지노 산업의 중심 마카오(Macau)는 1964년 도박을 합법화한 후 한 해에만 300억 달러(약 40조 원)가 넘는 수익을 올리고 있습니다. 평양시 중구 만한 넓이의 도시가 300억 달러의 외화를 벌어들인다는 사실은 김정은 정권의 눈길을 끌지 않을 수 없습니다.
현재 북한에는 2개의 외국인 전용 카지노가 있습니다. 1999년 개장하고 2019년 리뉴얼을 거친 평양 양각도 호텔 카지노와, 두만강을 사이에 두고 중국과 육로로 연결된 나선경제특구의 선봉카지노입니다. 둘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운영이 중단되었다가 올해부터 운영을 재개했습니다. 특히 북한의 북동쪽 끝 중국 접경 지역에 위치한 나선특구 선봉카지노는 중국인 손님들로 북적거리며 성업 중에 있습니다. 중국 당국의 통제를 벗어나 카지노 게임을 즐길 수 있고, 북한에서 손님의 안전을 보장해주기 때문에 많은 중국인들이 찾고 있습니다.
선봉카지노는 중국에서 북한 국경을 넘어 불과 40km만 달리면 다다르는 비파도 해안가에 위치해 있고, 카지노 측에서 5성급 호텔 숙식을 제공하며 중국인을 유혹하고 있는 덕에 중국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1인당 4,000달러(552만 원)의 자금을 소지하기만 하면 숙식을 제공하고 카지노 입장 권한을 부여합니다. 중국 국경 세관 앞에는 선봉카지노가 마련한 토요타 소형 버스 15대가 중국인을 실어 나르기 위해 항시 대기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중국 연변(延邊)과 창춘(长春), 선양(沈阳) 등의 동북3성(省)에서 손님을 모집하여 전화하면 버스를 보내주기도 합니다.
함경북도의 한 소식통은 “중국 시진핑 주석의 부패 척결 운동이 시작되며 한동안 주춤하던 중국인 손님들이 선봉카지노를 많이 찾는 이유는 알 수 없다”고 말하며, “아마도 북한의 자금난을 덜어주기 위해 중국이 자국민의 원정 도박을 적당히 눈감아 주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더불어 “선봉카지노에서 원정 도박을 즐기는 중국인은 대부분 돈 많은 사업가일 뿐이지만, 개중에는 부정 축재를 일삼은 고위 공무원 가족도 섞여 있기 때문에 중국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렇게 북한 입장에서 놓칠 수 없는 소중한 외화벌이를 담당하는 카지노에 더 큰 욕심을 내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이에 류경 호텔 카지노를 바탕으로 북한은 더 큰 외화를 끌어당기겠다는 욕심을 내고 있습니다. 평안북도의 한 소식통은 “북한에 위치한 카지노의 외화 수익이 적지 않기 때문에 평양 중심의 류경 호텔에도 카지노를 욕심낼 수밖에 없다”고 전하며, “평양 류경 호텔에 카지노가 들어서고 호텔 내 숙박 시설과 함께 레스토랑, 수영장 및 당구장 등을 운영하면 평양 관광 산업도 활성화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카지노를 계기로 해외 투자 자본을 도입하여 류경 호텔 내부 공사를 하루 빨리 완공하고, 이렇게 도입된 카지노는 북한 당국에도 큰 이익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계산입니다.
류경 호텔 카지노 도입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
그러나 류경 호텔 내 카지노 도입이 생각처럼 쉽진 않을 전망입니다. 북한은 과거에도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카지노 사업을 중단한 바 있습니다. 지난 2018년 북한은 중국 북서쪽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신의주 지역에 짓고 있던 30층짜리 특급 호텔 건설 공사를 중단시킨 바 있습니다. 20층까지 건설이 진척된 상황에서 돌연 중단된 것입니다. 신의주 호텔은 그간 평양 개발에만 집중해 온 김정은 위원장이 원산과 심지연군에 이어 신의주 개발에도 눈을 돌렸다는 점에서 신의주 개발이 지방 도시 개발의 시작이 아니겠느냐 주목을 받은 곳입니다.
당초 김정은이 계획했던 신의주 개발총계획도를 살펴보면 기존의 건물을 모두 허물고 다시 짓는 도시 재개발 수준이기 때문에, 계획대로만 진행될 경우 오히려 건너편의 중국 단둥(丹东) 지역이 초라해보이는 규모입니다. 김일성 김정일 동상이 있는 신의주 광장을 중심으로 현대적인 고층 건물이 들어서며, 중국을 바라보는 압록강 강변을 따라 고층 주택 구역이 배치될 예정이었습니다. 이에 지난 2002년 북한은 홍콩 어우야(歐亞) 그룹의 양빈(楊斌) 회장을 신의주 특별행정구 초대 행정장관으로 임명하고 신의주를 공업과 과학기술, 관광 및 금융 경제 무역의 중심지로 개발하려는 야심찬 행보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북한의 카지노 사업을 못마땅하게 바라보는 중국
그러나 북한의 카지노 사업 계획을 못마땅하게 여긴 중국 정부가 중국 회사의 대북 투자를 제재하며 문제가 생겼습니다. 중국 정부가 단둥 지역에서 압록강만 건너면 도달할 수 있는 가까운 곳에 대규모 카지노가 들어서는 일을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입니다. 중국 정부는 북한의 카지노 사업에 대하여 싸늘한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중국 정부는 북한이 카지노 사업을 추진하기 이전부터 중국인들의 해외 원정 도박 문제로 골머리를 앓아 왔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정부가 운영하는 복권 사업을 제외한 일체의 도박을 불법으로 규제하고 있는데, 이러한 규제를 피해 많은 중국인들이 필리핀 카지노나 베트남 카지노 등의 동남아시아, 혹은 미국 등의 해외로 원정 도박길에 나서며 외화 유출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이로 인해 해외 도박에 대한 단속을 강화해 왔고, 중국과 인접한 북한에 카지노가 들어설 경우 북한 근처 동북 3성의 자금이 북한으로 흘러들어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정상회담으로 북미 관계가 개선되는 분위기이던 탓에, 미국 기업들이 대북 투자에 관심을 보인 것 역시 중국 정부가 북한 내 프로젝트에 대해 투자를 제한한 이유 중 하나입니다. 실제로 2018년 5월 당시 북한의 김영철 부위원장이 미국을 방문해 원산 갈마 반도 내 카지노 투자를 타진하였고, 같은 해 6월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북미 정상회담을 전후하여 미국의 대북 관광 산업 투자 이야기가 흘러 나왔습니다.
이에 미국 최대의 카지노 업체인 라스베이거스 샌즈(Las Vegas Sands, LVS)의 셸던 애덜슨(Sheldon Adelson) 회장이 북한 내 카지노 사업 투자에 관심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세계적인 카지노 업체인 샌즈카지노가 중국 국경을 마주하는 곳에 카지노를 건립할 경우 중국인 관광객을 대거 유치하여 제2의 마카오를 꿈꿀 수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싱가포르 정상회담 당시에도 애덜슨 회장이 소유한 마리나베이 샌즈카지노(Marina Bay Sands Casino)를 직접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중국 정부가 이를 탐탁치 않게 여긴 것은 물론입니다.
결국 중국의 눈치를 살핀 김정은 위원장은 카지노 사업을 모두 철회하도록 지시하고 말았습니다. 당시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자유아시아방송(RFA)는 중국의 대북 소식통을 인용하여 “북한이 카지노 사업을 중단한 이유는 카지노 사업이 중국의 투자 유치에 걸림돌로 작용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중국 정부가 북한의 카지노 사업을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보고를 전해들은 김정은 위원장이 중국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카지노 사업을 철수하도록 지시했다는 것입니다.
투자 의사를 가진 해외 자본 유치도 걸림돌
중국 정부의 눈치 외에 자금 마련도 걸림돌입니다. 북한은 대북 경제 제재를 당하는 와중에도 16만 명의 군 인력을 동원하고 외화 자금을 모두 쏟아붓는 것은 물론, 주민들의 주머니까지 털어가며 원산과 삼지연 건설에 온 국가적 역량을 투입했습니다. 원산 갈마 반도 개발을 총괄하는 국무위원회는 5성급 호텔과 영화관, 극장과 문화오락시설 등에 대한 공사를 각 성의 중앙기관에 맡기고, 성 중앙기관은 산하 무역회사들에 외화벌이를 지시했습니다. 이로 인해 무역회사 주재원들은 중국 대방들에게 건설 자재와 시멘트 공급을 사정하는 등 외화가 바닥난지 오래입니다.
따라서 현재 자금 부족으로 인해 내부 공사마저 끝내지 못 한 류경 호텔에 카지노를 도입한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카지노 운영에 매력을 느낀 해외 투자 자본을 유치하려는 것이지만, 과거 오라스콤이 겪은 북한 당국과의 갈등을 생각하면 류경 호텔에 자금을 수혈할 해외 자본을 찾는 것도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무엇보다 북한 내 카지노의 사업성에 대한 의구심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당시 신의주 카지노 관광단지는 북한에 연간 5,000만 달러(691억 원)의 외화를 벌어다 주며 북한의 전체 교역 액수인 70억 달러(9조 6,830억 원)의 0.7%를 차지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며 사업성에도 의문이 커졌습니다. 중국 정부가 중국인 관광객의 북한 출입을 제한할 경우, 북한 내 카지노가 생존할 방법은 사실상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인접 지역도 아닌 평양 한복판의 류경 호텔 카지노가 과연 얼마 만큼의 경제적 이익을 창출할 수 있을지, 북한 당국이 해외 자본에게 명확한 해답을 제시하는 것이 순서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UN의 대북 경제 제재 역시 사업성을 떨어뜨리는 요소입니다. 미국 정부는 북한이 핵(核)을 폐기하지 않는 한 대북 경제 제재를 완화할 생각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중국이나 홍콩의 기업이 대북 경제 제재를 어기고 북한에 대한 투자에 나선다면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 제재가 떨어질 것이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선뜻 투자에 나설 기업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