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베팅 부작용으로 몸살을 앓는 세계 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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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적으로 스포츠 베팅과 카지노 게임 등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베팅의 인기가 높아지며, 이로 인한 부작용으로 세계 각국이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브라질은 온라인 베팅 중독자가 범람하고 가계 소득 감소 등으로 온라인 베팅 산업에 대한 규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또한 필리핀은 정부의 허가를 받아 운영 중인 회사마저 불법 노동 착취와 암호화폐 사기를 벌이며 큰 논란을 불러왔습니다. 이외에도 사기 범죄자들이 온라인 카지노를 이용해 각종 사이버 범죄를 일으키며 온라인 사기 범죄의 온상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불명예를 떠안았습니다. 동남아시아의 금융 허브로서 깨끗한 이미지를 유지해 온 싱가포르 역시 온라인 카지노로 취득한 자금이 일부 포함된 불법 자금 세탁 문제가 불거지며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브라질 국민들의 일상을 좀먹는 온라인 베팅 열풍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Rio de Janeiro)의 34세 청소부 페르난다(Fernanda)는 브라질 전국을 휩쓸고 있는 온라인 베팅 열풍에 휩싸인 수백만 명 중 하나입니다. 그녀는 온라인 베팅에 사용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내다 판 물건들을 나열했습니다. 여기에는 TV와 세탁기를 비롯해 집에 있는 모든 물품을 총망라합니다. 페르난다를 구해준 이는 그녀의 여동생이었습니다. 여동생은 페르난다가 더 이상 베팅을 할 수 있도록 스마트폰을 빼앗았습니다. 그녀는 “가족이 없었다면 베팅 중독에서 벗어나지 못 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브라질에서 온라인 베팅 중독이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는 점을 드러내는 사례입니다.
에르마노 타바레스(Hermano Tavares)는 상파울로(São Paulo) 대학 병원에서 도박 중독자 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다. 그에 따르면 2018년 이후 환자 수가 급격히 증가했으며,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을 계기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상파울로 대학 병원에서 도박 중독 치료를 받고 있는 안드레 롤림(Andre Rolim, 39)은 브라질 북동부 포르탈레자(Fortaleza)의 부유한 가문 출신 엔지니어로, 도박에 의해 엄청난 빚을 지고 자살 시도까지 했습니다. 그는 프랑스 AF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도박 중독은 마약 다음으로 가장 위험한 중독”이라고 말했습니다.
브라질은 1941년부터 온라인 카지노와 온라인 스포츠 베팅을 비롯한 모든 도박을 금지해 왔으나, 2018년 적절한 규제와 세금 납부를 조건으로 온라인 베팅을 허가했습니다. 온라인 베팅을 합법화한 뒤 6년이 지난 현재, 브라질은 세계에서 5번째로 큰 베팅 시장으로 성장했습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온라인 베팅 중독 역시 심각해졌습니다.
해외에 본사를 두고 브라질 내에서 운영 중인 수백 개의 토토사이트는 어떠한 규제도 없이, 말 그대로 무법지대나 다름없는 상태이며 세금도 제대로 납부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미성년자의 도박 금지 같은 조치조차 아직 시행되지 않는 상황입니다. 온라인 베팅 플랫폼은 현재 브라질의 주요 축구 클럽 대부분을 후원하고 있으며, 비니시우스 주니오르(Vinícius Júnior)와 같은 세계적인 축구 스타를 동원해 TV와 SNS 등지를 스포츠 베팅 광고로 뒤덮고 있습니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지난 8월 빈곤 가정을 위한 수당 지원 프로그램 ‘볼사 파밀리아(Bolsa Familia)’ 수당을 받는 사람 중 4분의 1에 달하는 500만 명이 온라인카지노 및 토토사이트 등의 온라인 베팅 사이트에 총 30억 헤알(약 7,241억 원)을 사용했다고 밝혔습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브라질 인구 2억 1,200만 명 중 9분의 1에 해당하는 2,400만 명이 스포츠 베팅이나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 베팅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로 인해 가계 소득이 심대한 타격을 받고 있으며, 소비 지출이 감소하는 동시에 파산하는 가계도 속출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최근 전문가들이 온라인 베팅 중독의 위험성을 경고해 왔으며, 온라인 베팅 플랫폼의 불법 자금 세탁과 관련한 보고가 나오기 시작하자 규제를 강화할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브라질 재무부 장관 페르난도 하다드(Fernando Haddad)는 온라인 베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것이라 밝혔으며, 브라질 증권거래위원회(CVM) 위원장 주앙 페드로 나시멘토(Joao Pedro Nascimento)는 “온라인 베팅이 브라질 국민들의 냉장고를 텅 비게 할 것”이라며 경고했습니다.
이에 브라질 정부는 해외 온라인 베팅 플랫폼이 브라질 현지에 지사를 설립하고 현지 파트너와 제휴해야만 영업이 가능하도록 할 방침입니다. 더불어 신용카드로 게임 머니를 충전할 수 없도록 하는 조치도 포함됩니다. 이와 같은 새로운 규제를 충족하지 못 한 수백 개의 온라인 베팅 플랫폼이 라이센스를 박탈당했으며, 200여 개의 업체만 정식 라이센스를 취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브라질 내 가장 큰 온라인 베팅 플랫폼을 운영 중인 플러터(Flutter Entertainment Plc)와 엔테인(Entain), 레드브록스(Ladbrokes)와 벳썬(Betsson AB) 등은 영업을 계속 할 예정입니다. 정부의 공식적인 운영 허가를 받은 200여 개의 베팅 플랫폼을 제외한 2,000여 개의 온라인 베팅 사이트는 접속이 차단됩니다.
온라인 베팅을 적절히 규제하지 않으면 브라질의 모든 가정에 카지노가 들어서게 될 것이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Luiz Inácio Lula da Silva) 브라질 대통령
브라질의 온라인 베팅 규제는 더욱 강화될 예정입니다. 룰라 다 시우바(Lula da Silva) 브라질 대통령은 9월 말 인터뷰를 통해 “가난한 사람들이 온라인 베팅으로 돈을 벌려고 하면서 오히려 더 많은 빚을 지게 됐으며, 온라인 베팅을 적절히 규제하지 않을 경우 브라질의 모든 가정에 카지노가 들어서고 말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냈습니다. 최근 10월 6일에는 “규제를 통해 도박 중독을 막을 수 없다면, 온라인 베팅 자체를 금지할 것”이라며 강력한 의지를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온라인 베팅 열풍으로 가계 소득이 잠식당하고 외화가 유출되는 현상을 막기 위한 의도로 풀이됩니다. 특히 “볼사 파밀리아 수당이 저소득 가정의 베팅 자금으로 활용되는 일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대해 브라질 내 주요 베팅 사이트를 대표하는 ‘전국 게임 복권 협회(The National Association of Games and Lotteries)’는 AFP에 보낸 성명을 통해, 전체 중 소수에 불과한 1.0%~1.5%의 플레이어만 도박 중독을 겪는다고 주장하며 강화되는 규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냈습니다. 다만 도박 중독이 본인과 가족에게 심각한 해악을 끼친다는 점은 인정하고, 비정부기구(NGO)와 협력하여 도박 중독을 예방하기 위한 방법을 논의 중이라 밝혔습니다.
불법 온라인 베팅과 사기 범죄 소굴로 전락한 동남아시아
동남아시아는 이미 온라인 카지노 관련 범죄가 들끓고 있습니다. UN 마약 및 범죄 사무소(UNODC)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동남아시아를 이른바 ‘사기 농장(Scam Farms)’이라며 사이버 범죄, 불법 온라인 베팅의 온상으로 지적했습니다. 동남아시아의 사이버 범죄 규모는 수십억 달러에 달할 만큼 천문학적인 규모로 커졌습니다. 동남아시아의 사이버 범죄는 불법 온라인 카지노, 온라인 사기 등 종류도 다양합니다.
동남아시아에는 이미 합법적인 카지노가 매우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필리핀 카지노나 캄보디아 카지노, 라오스 카지노 등이 그 예입니다. 싱가포르와 말레시아처럼 세계 카지노 업체 중에서도 손 꼽히는 규모를 자랑하는 곳도 있습니다. 하지만 법적 규제망이 부실하고 범죄와 경찰의 불법적인 유착, 허약한 사이버 범죄 수사망을 노려 각종 온라인 사기 범죄가 기승을 부리는 상황입니다.
UN이 대표적으로 꼽은 곳은 필리핀입니다. 최근 ‘필리핀 해외 게임 운영사(Philippine Offshore Gaming Operator, POGO)’는 강제 노동 착취와 암호화폐 관련 사기로 도마에 오른 바 있습니다. POGO는 해외 시장을 대상으로 온라인 카지노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로서, 딸락(Tarlac) 밤반(Bamban) 지역의 바우포 토지개발공사(Baufo Land Development Corp.) 부지 내에 불법적인 온라인 카지노 업체를 은폐 운영한 사실이 적발되었습니다. 불법적인 온라인 카지노 업체 운영은 물론, 비트코인 등의 암호화폐까지 관련된 사기에 앨리스 궈(Alice Guo) 밤반 시장까지 연루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었습니다.
지난 3월에는 강제노동에 대한 첩보를 입수한 정부가 POGO를 급습하여 900여 명의 필리핀 및 외국인 노동자를 구출하기까지 했습니다. 이들은 다수가 인신매매로 끌려왔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정부의 허가를 받은 정식 카지노 업체가 각종 범죄의 전면에 서는 부끄러운 일이 발생한 것입니다. UNODC 지역 대표 베네딕트 호프만(Benedikt Hoffman)은 “POGO 노동자들은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일하도록 강요당하고 있으며, 떠나고 싶어도 떠날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 곳에선 상상할 수 없는 폭력이 매일 벌어졌고, 심지어 고문을 당한 흔적까지 있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어 “동남아시아는 온라인 카지노 범죄의 근원지가 될 것”이라며 비난했습니다.
범죄 사실이 밝혀지자 필리핀 대통령 페르디난드 마르코스(Ferdinand Marcos Jr.)는 즉시 POGO 운영을 중단하고 라이센스를 취소했지만, POGO가 벌어들이는 막대한 규모의 세금을 생각하면 해당 업무 자체는 다른 업체로 이전될 것이라는 예상이 팽배합니다.
싱가포르, 온라인카지노 불법 자금 세탁 경로로 활용돼
아시아 카지노의 선두주자인 싱가포르 역시 UN의 비난을 피하지 못 했습니다. UNODC는 보고서에서 필리핀과 함께 2023년 싱가포르의 자금 세탁 스캔들을 꼬집었습니다. 싱가포르는 동남아시아의 금융 허브로서, 막대한 자금이 오가는 탓에 ‘아시아의 스위스’라고 불리기까지 합니다. 그런데 2023년 30억 싱가포르 달러(약 3조 원)에 달하는 역사적인 규모의 자금 세탁 스캔들이 터지고 말았습니다. 여기에는 27명의 외국인이 연루되어 있으며, 이 중에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온라인 카지노 운영 과정에서 취득한 자금을 불법 세탁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로 인해 10명이 유죄 판결을 받았고, 17명은 여전히 도주 중입니다.
UN은 싱가포르가 자금 세탁 방지(Anti-Money Laundering, AML)에 실패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불법 지하 경제에서 발생하는 엄청난 규모의 수익이 범죄자들을 더욱 지능적으로 만들어, 사기 범죄의 전문화 및 혁신이 자행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UN은 싱가포르가 그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며, 더 큰 관리 감독 시스템을 구축하고 국제적인 데이터 공유 체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싱가포르 정부는 점점 진화하는 온라인 범죄에 대응하기 위하여 ‘부패, 마약 거래 및 기타 중대 범죄에 관한 법률(CDSA)’을 강화할 예정입니다. 정부 부처간 위원회(IMC)는 은행과 카지노, 부동산 중개업체 등의 의심스러운 거래에 대하여 광범위하게 접근할 수 있는 ‘산업 문지기(Industry Gatekeeper)’ 시스템을 마련했습니다. 이는 법 집행 기관과 규제 기관 및 정부 기관이 정부가 보유한 전체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서, 의심스러운 거래가 벌어질 경우 보다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한 목적입니다. IMC는 해당 시스템이 “자금 세탁 및 기타 금융 범죄에 대처하기 위한 최신 조치”라고 말하며, “범죄자를 색출하여 합법적인 금융 기관과 시스템을 보호하고, 합법적인 투자자 및 기업이 처할 수 있는 위험에 대한 방어 조치를 강화할 것”이라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