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률 하락으로 낮아진 홀드율, 한국 카지노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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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대표적인 외국인 전용 카지노 업체인 ‘파라다이스’와 ‘그랜드코리아레져(GKL)’의 실적이 시장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 하며 ‘어닝 쇼크’를 기록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손조로운 회복세를 보여 온 파라다이스와 GKL의 실적이 시장의 기대를 저버린 것은 낮아진 홀드율 탓입니다. 고객이 카지노 게임을 즐기기 위해 지불한 총 비용을 드롭액이라고 하는데, 드롭액에서 카지노가 게임에 승리하여 회수한 금액의 비율이 홀드율입니다. 카지노 업체의 승률이 낮아져 홀드율이 하락한 탓에 실적이 하락했다는 분석입니다.
낮아진 홀드율 탓에 어닝 쇼크를 기록한 GKL
‘세븐럭카지노’는 서울과 부산에 지점을 둔 한국의 대표적인 외국인 전용 카지노입니다. 세븐럭카지노를 운영하고 있는 GKL은 2024년 2분기 132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당초 150억 원을 웃돌 것이란 증권가의 예상치에 미치지 못 한 ‘어닝 쇼크’였습니다. GKL이 실적을 발표하기 전만 해도 증권 업계는 GKL의 영업이익이 150억 원을 상회할 것이라 예상해 왔습니다. 그런데 막상 2분기 실적을 발표하자 기대치를 밑도는 실적이 공개된 것입니다.
세븐럭카지노의 영업 자체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세븐럭카지노를 찾은 관광객은 총 44만 명으로, 작년 상반기 대비 38% 껑충 뛰었습니다. 방문객이 카지노 게임을 즐기기 위해 칩을 구매한 금액인 드롭액 역시 1조 8,570억 원을 기록하여 전년 동기 대비 16% 가량 증가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 자체는 매출과 방문객 수에 걸맞지 않는 수치를 기록하고 만 것입니다.
예상을 밑도는 실적을 기록한 원인으로는 10% 수준의 낮은 홀드율이 꼽히고 있습니다. 홀드율은 카지노가 고객과의 게임에서 승리하여 회수한 금액이 드롭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방문객이 총 100만 원의 칩을 구매하였다고 가정할 때, 카지노가 10만 원을 회수하고 방문객이 90만 원을 가져갈 경우 홀드율은 10%가 됩니다. 카지노가 게임에서 승리하여 회수한 비율인 만큼, 홀드율이 높을 수록 카지노의 수익은 높아지고 방문객이 가져가는 금액은 줄어듭니다. 간단히 말해 손님이 돈을 많이 잃었다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통상 외국인 전용 한국 카지노 업체의 평균 홀드율은 13% 가량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와 비교했을 때 GKL이 2분기에 기록한 홀드율은 10.5%로, 업계 평균에 비해 이례적으로 낮은 수치입니다. 업계 평균 수준이었던 작년 2분기 12%에 비교해도 1.5%p 하락했으며, 올해 1분기 역시 10.2%로 전년 동기 14.3%에 비해 4.1%p나 폭락했습니다. GKL이 예상보다 낮은 승률을 기록한 탓에 관광객이 많이 찾아오고 칩을 구매한 금액 역시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기대치를 밑도는 이익을 올린 것입니다.
더 큰 문제는 하반기 역시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하반기의 시작인 지난 7월, 한 달 동안 GKL이 기록한 홀드율은 6.3%까지 낮아져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올해 7월 세계 카지노 업계의 큰 손인 중국인 VIP가 기록한 드롭액이 전년 동기 대비 23.4% 상승했지만, 낮은 홀드율로 인해 매출은 도리어 38.2% 낮아진 192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업계 평균보다 낮은 수준을 넘어 카지노 영업 자체에 지장을 줄 수 있는 수준의 낮은 홀드율을 개선하지 않을 경우, 매출과 방문객이 많아질 수록 실적 상승폭이 제한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어닝 쇼크를 기록한 것은 파라다이스 역시 마찬가지
또다른 대표적인 한국 카지노 업체인 파라다이스 역시 시장의 기대치를 밑도는 이익을 거뒀습니다. 파라다이스의 올해 2분기 홀드율은 12%를 기록하여, 전년 동기 13% 대비 1%p 하락했습니다. 이런 탓에 파라다이스의 영업이익은 증권 업계의 전망치인 445억 원을 크게 밑도는 320억 원을 기록하는 데에 그쳤습니다. 특히 320억 원은 작년 동기 대비 41.7%나 급감한 수치입니다. 1년 사이에 영업이익이 반토막 나버린 셈입니다.
파라다이스 역시 GKL처럼 매출 자체는 순조롭습니다. 파라다이스의 올해 2분기 매출은 2,73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7% 감소하여 견고한 흐름을 유지했습니다. 2분기 드롭액 또한 1조 70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 증가하며 상승세를 반영했으나, 홀드율이 감소하여 영업이익은 되려 감소하고 말았습니다. 파라다이스 관계자에 따르면 “홀드율은 12% 이상만 되면 영업에 별다른 지장은 없다”고 잘라 말하며, “하반기엔 일본인 관광객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하이 롤러(고액을 베팅하는 VIP) 매출도 증가할 예정이므로 카지노의 승률이 낮아지더라도 실적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밝혔습니다.
늘어난 중국인 VIP에 비례하여 감소한 실적
업계는 낮아진 홀드율의 주 원인으로 중국인 VIP를 꼽고 있습니다. 최근 중국 정부가 마카오 카지노 등 중국 내 VIP 전용 카지노에 대한 집중 단속에 나서면서, 중국인 VIP들이 GKL과 파라다이스를 비롯한 한국 카지노를 찾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올해 2분기 GKL을 찾은 중국인 VIP의 드롭액은 1,96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4% 상승했으며, 일본 VIP의 드롭액 역시 전년 동기 대비 13.1% 증가한 2,672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중국과 일본 외 다른 지역의 VIP 드롭액도 5.2% 상승한 1,949억 원에 달했습니다. 이렇게 카지노 게임을 전문적으로 즐기는 VIP 고객의 방문이 늘어나며 카지노의 승률이 떨어졌고, 이는 홀드율 하락으로 이어져 영업이익이 악화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 카지노 업계 관계자는 “중국인 VIP는 평균적인 다른 고객 대비 승률이 높은 편”이라고 전했습니다. 과거 강원랜드와 같은 일부 카지노에서 중국인 VIP들이 과도하게 높은 승률을 거두어 카지노를 곤혹스럽게 한 바도 있지만, 최근에는 카지노가 이러한 ‘요주의 인물’을 사전에 걸러내기 때문에 카지노가 일방적으로 당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균 승률이 높은 중국인 VIP의 방문은 카지노 승률 하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아쉬운 부분은 중국인 VIP의 방문이 앞으로도 늘어나면 늘어났지, 줄어들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입니다. 중국 정부가 자금 세탁 및 외화 유출을 우려하여 마카오 카지노 업체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의 감시를 피해 많은 중국인들이 외국의 카지노로 빠져나가는 상황입니다. 중국에서 가까운 한국이 중국인 VIP에게 매력적인 곳이라는 점은 당연한 일입니다.
갈 수록 낮아지는 카지노 승률, 온라인도 예외 아냐
카지노의 승률이 낮아지는 현상은 오프라인 카지노에만 국한된 일이 아닙니다. 온라인카지노 업계는 최근 홀드율이 하락하여 곤란을 겪는 일이 자주 발생하고 있습니다. 카지노사이트의 홀드율을 떨어뜨리는 주범은 이른바 ‘양방 베팅’입니다. 양방 베팅은 간단히 말해 승리와 패배 양쪽 모두에 베팅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바카라 게임의 경우 플레이어와 뱅커 양쪽 모두에 베팅하는 방식입니다. 통상 양쪽 모두에 베팅하는 것은 허락되지 않고, 설사 양쪽 모두에 베팅한다고 해도 카지노의 배당률 조정 때문에 이익을 취하기 어렵다는 것이 상식입니다.
하지만 양방 베팅은 온라인 카지노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합니다. 사용자가 PC나 스마트폰으로 접속하여 동시에 여러 개의 사이트를 이용해도 카지노사이트 입장에서는 이를 알기 어렵고, 막을 방법은 더더욱 없습니다. 그래서 양방 베팅을 구사하는 사용자들은 여러 개의 사이트에 동시에 접속하여 각 사이트마다 배당률의 차이를 교묘하게 이용합니다. 배당률 차이 뿐만 아니라 베팅 금액까지 조절하면 정상적으로 게임에 임할 때보다 훨씬 큰 이익을 취할 수 있습니다.
양방 베팅은 무조건 둘 중 하나의 결과가 나오는 홀짝 베팅, 플레이어-뱅커 베팅, 언더오버 베팅에 특히 자주 사용됩니다. 홀짝과 같이 기본적으로 50% 확률로 결정되는 방식이 많은 카지노 게임은 이러한 양방 베팅에 더욱 취약한 편입니다.
많은 온라인카지노 플랫폼은 동일한 해외 라이브카지노 영상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이용해 업체간 베팅 정보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양방 베팅에 대처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매우 빠른 속도로 이루어지는 베팅을 실시간으로 쫒아다니며 양방 베팅을 걸러내는 것이 생각처럼 간단하지 않습니다. 많은 인력과 시간을 필요로 하는 데다, 업체간 정보를 공유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심지어 양방 베팅을 핑계 삼아 먹튀를 하는 카지노사이트조차 나올 정도입니다.
하락한 홀드율, 부정적으로만 볼 수 없어
일각에서는 중국인 VIP에 의해 낮아진 홀드율을 마냥 나쁘게 볼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홀드율이 낮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고객이 승리하는 경우가 많아진다는 것을 의미하고, 즐거운 경험을 가진 VIP 방문객의 재방문율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VIP 재방문율이 높아질 수록 영업이익의 비율은 낮아질지언정, 전체 매출과 영업이익의 절대치는 상승합니다. 영업이익률이 하락하더라도 전체 매출이 상승하면 기업은 성장세를 지속할 수 있으므로 나쁘게 볼 이유가 없다는 논리입니다.
이러한 배경에는 결국 모든 확률이 평균으로 수렴한다는 ‘큰 수의 법칙(Law of Large Numbers)’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바카라와 블랙잭 등의 모든 카지노 게임은 기본적으로 카지노의 승률이 아주 약간 높게 설정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기본적으로 설정되어 있는 카지노 업체의 이익 비율을 환수율이라고 합니다. 당장의 게임에서 승리할 것인지 여부는 확신할 수 없지만, 게임 규칙 자체가 카지노의 승률이 높도록 설정되어 있기 때문에 게임 횟수가 많아질 수록 카지노의 승률이 사전에 설정한 수치로 수렴하게 됩니다.
GKL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중국인 VIP가 평균적으로 높은 승률을 기록하긴 하지만, 중국인 VIP의 방문이 늘어나고 게임 횟수가 많아질 수록 기본적으로 설정되어 있는 승률로 회귀할 것이라 예상할 수 있습니다. 당장의 홀드율이 낮더라도, 손님의 방문이 늘어나고 게임 횟수가 늘어나면 업계 평균치인 13%로 회귀하리라는 예상입니다. 그래서 GKL은 현재의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고 있지 않으며, 매출을 늘리는 데에만 집중하면 영업이익률은 자연스레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강원랜드의 비정상적인 홀드율을 개선해야
오히려 외국인 전용 카지노의 홀드율만 유독 낮은 한국 카지노 업계를 비판하는 목소리조차 나옵니다. 한국의 유일한 내국인 카지노 강원랜드의 홀드율은 다른 카지노 대비 비정상적으로 높은 상황입니다. 외국인 전용 카지노의 평균 홀드율이 13% 가량인 데 반해, 강원랜드의 평균 홀드율은 20%에 달합니다. 뿐만 아니라 강원랜드의 올해 2분기 홀드율은 24.6%를 기록하여 전년 동기 22.6%에 비해 2%p 상승하여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1분기에 역대 최고 수준의 홀드율인 25.1%를 기록하여 2분기에는 큰 폭의 감소를 예상했으나,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도리어 상승한 것입니다.
이로 인해 올해 강원랜드의 방문객 수와 드롭액 등 주요 지표는 각각 5% 가량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은 시장 전망치인 710억 원을 상회하는 734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게임 횟수가 줄어들어도 카지노가 더 많이 승리하여 얻게 된 ‘어닝 서프라이즈’입니다.
이렇게 강원랜드가 내국인 대상으로 너무 높은 승률을 기록하자, 적정 수준으로 낮추기 위해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일일 영업 시간을 20시간으로 제한하는 것, 그리고 베팅 한도를 30만 원으로 제한하는 것은 손님의 승률을 낮추거나 손님이 손실을 만회할 수 있는 기회를 억제하는 규제라는 것입니다.
익명의 카지노 관계자는 “카지노의 승률은 시간이 지나면 결국 평균으로 수렴하게 마련인데, 강원랜드는 시간 제한 등의 제약을 두고 평균 수렴을 방해한다”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고객이 10만 원씩 3번 베팅하여 3연패 하는 경우 4번째에는 승리할 확률이 높은데, 베팅 금액이 30만 원으로 제한되어 있어 손실을 메울 방법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